MUZINE

46호


글로벌코리아

필라델피아 미술관-우현수 큐레이터와의 만남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도시 필라델피아.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서가 처음으로 낭독된 뜻 깊은 역사를 지녀 ‘자유의 도시’라고도 불리 우는 이곳에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필적하는 규모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필라델피아미술관 (Philadelphia Museum of Art)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호 웹진에서는 필라델피아미술관 최초의 한국미술 전담 큐레이터로 7년째 일하고 있는 자랑스런 한국인 우현수 씨와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필라델피아미술관  한국실 큐레이터로 주된 업무는 무엇인가요?

답변 저는 한국에서 미술사학과 대학원을 마친 후 1996년 도미하여, 뉴욕의 브루클린미술관연구원(1997-2001) 재팬소사이어티미술관부관장 (2001-2005)을 거쳐, 2006년부터 현재까지 필라델피아미술관 한국미술담당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보직은 우리 미술관 최초로 한국미술만을 전담하는 자리로, 미국 내에서는 유일하게 미술관 재정과는 별도인 독립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미술 큐레이터 직이기도 합니다. 필라델피아 지역의 미국인 및 한인들의 기부금으로 이루어진 이 기금 덕택에 한국미술 큐레이터의 영구직이 가능해졌습니다. 이곳에서의 업무는 소장품 관리와 확장, 소장품에 대한 연구 및 출판, 상설 및 특별 전시 기획, 도슨트 교육 등 타 미술관 큐레이터의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필라델피아미술관 한국실 소장품의 규모와 역사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연꽃그림 10폭 병풍 조선 19세기 전체 167.6 x 363.2 cm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답변 필라델피아미술관의 한국 소장품은 1903년 분청 접시가 입수된 이래 꾸준히 성장하여 현재는 450여 점을 헤아립니다.

한국실 문화재 중에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소장품이 있다면 몇 가지 설명 부탁 드립니다.

답변 지난 6월 국립중앙박물관의 <미국, 한국미술을 만나다>특별전에도 소개되었던 12세기 ‘청자음각매병’은 빼어난 수작입니다. 19세기 말 중국청자 수집가였던 J. P. Morgan이 한 때 소장하기도 했던 이 유물은 강진 사당리 가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섬세한 음각 표면 장식과 아름다운 유색은 가히 국보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6년 부임 이후, 꾸준히 한국 미술품을 입수해왔는데요, 현재에는 회화 작품 확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백동자도’, ‘모란도’, ‘연화도’ 등 대표적인 조선시대 병풍화를 비롯하여 양기훈의 ‘노안도’, 정학교의 ‘괴석도’ 등을 소장품에 더했습니다.

청자매병 고려 40.6 x 24.1 cm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미술관의 한국 문화재에 대한 관람객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답변 한국 미술은 타 동양미술과 비교하여 아무래도 한 눈에 반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감이나 정서의 차이일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탓에 잘 모르는 것에 대한 거리감이 그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번 한국 미술에 대해 알게 되고, 그 매력에 빠지게 되면 오랜 팬으로 남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소개하고, 어떤 방법으로 친숙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사명이 큽니다.

필라델피아미술관은 지역 내 한인들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실 큐레이터로서 지역 공동체와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제가 부임했을 때 이미 코리언헤리티지 그룹(Korean Heritage Group)과 미술관이 연계하여 다양한 한국 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잘 돌아가고 있는 조직 체계를 물려받아 시작한 셈이지요. 그러나 이 그룹의 발족이 15년여를 헤아리다 보니, 최근 초기 멤버들 중 은퇴하여 타 지역으로 이주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소위 말해 "젊은 피"의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지요. 따라서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특별전 <조선시대 미술대전>을 구심점으로 하여 새로운 후원 그룹을 조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역의 한국이나 동양 미술 및 문화에 관심 있는 젊은 층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입니다.

미술관에 한국 혹은 아시아 관련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되고 있나요? 있다면 어떤 내용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소개 부탁 드립니다.

  • 1 뚜껑 달린 항아리 조선 15~16세기 후반
  • 2 송제왕도 조선 18세기
  • 3 연꽃그림 10폭 병풍 조선 19세기
  • 4 용 무늬 항아리 조선 17세기
  • 5 청자 매병 고려

답변 저희 미술관에서는 소장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시아 미술과도 관련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동양 소장품은 때로는 각 문화 별로 조명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주제에 맞추어 유럽, 미국 미술품 등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가장 쉬운 예로는 아동들이 상설전에서 관람한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일 텐데요, 미국 어린이들 눈에는 동양 회화의 형태인 축이나 권, 선, 면 등이 매우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또한 미술관 교육부서에서 소장품을 바탕으로 직접 개발한 동양미술 교습자료를 일선 학교 교사들에게 배포하여, 미술관 방문 이전에 중국, 일본, 한국 미술 등에 대해 사전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낯선 문화나 미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지요. 동양미술 관련 특별 전시가 있는 경우, 1년 전부터 희망하는 일선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교사들의 전시에 대한 흥미를 높여 내년도 교과 과정에 전시의 내용과 관련 있는 과목이나 주제를 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미술관의 특별 전시가 교육에 적극 이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한국실 전시계획에 대해 현재 혹은 앞으로 진행될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답변 미술관의 상설전시실은 소장품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교체 전시를 할 예정이고, 내년 2014년 봄에는 1,000m2 에 달하는 미술관의 특별 전시실에서 조선시대 미술을 개괄하는 전시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 전시는 이후 로스엔젤레스카운티미술관, 휴스턴미술관까지 순회합니다.

앞으로 국립중앙박물관 등 한국 박물관과의 교류 계획이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지속적으로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지원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 드립니다.

답변 위의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협력하는 전시로 몇 년 전 양국의 문화교류 차원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첫 번째 결실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미국미술 300년 전>이고, 그 두 번째 전시가 <조선시대 미술대전>입니다. 이는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대규모 한국미술 특별전으로서 벌써부터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조선시대 미술과 문화를 개괄하는 전시이기도 하지요. 미국의 동부, 중부, 서부에 적절히 위치한 세 개 미술관을 순회하며 미국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및 정리-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 / 사진제공-우현수(필라델피아미술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