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안동에 크고 작은 일이
있거나 하면 안동에선 제일 먼저 이동춘
선생에게 연락을 한다. 안동의 오늘을 한
장이라도 더 사진으로 남겨놓고 싶은 안동
어르신들로부터 쉼 없이 연락이 날아드는 게다.
안동의 문턱이 높게 느껴지면 느껴질수록 한 번
더 찾아가고 다가가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다
보니 서로 정이 들고 소통이 이뤄져 일궈낸
결과였다. 이동춘 선생이 지금은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고
여러 종가들의 이 방 저 방을 제 집 드나들듯
스스럼없이 넘나들며 안동의 오늘을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그녀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이 숨겨져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처음 만났을 땐 그토록
체격이 좋던 어르신이 훌쭉한 노인이 되어
시름시름 않다 돌아가시는 순간을 지켜보고
힘들게 전통을 지키며 살아 온 이들과 한
시대의 우리문화가 또 다시 하나 둘씩 사라져
가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야만 했을 땐
가슴이 시리도록 아파 카메라의 셔터를
쉽사리 누를 수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