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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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의 계보학04

소리로 세상을 이어주는 기계 전화

세상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한편, 휴대전화가 최첨단 기기의 척도로 자리매김하면서 찬밥신세로 전락하기 시작한 물건이나 기계들도 많다. 메모수첩, 시계, 계산기, MP3 등등. 심지어는 인터넷 조차도 요즘은 핸드폰으로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이 중에서도 제일 분하고 억울한 건 아무래도 집 전화기가 아닐까?

집 전화기의 입장에서 보자면, 휴대전화기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객반위주(客反爲主) 당한 꼴이다. 그러니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격이 된 것이다. 한땐 ‘백색전화’라 불리며 부를 상징하는 기기로 사람들로부터 끔찍한 사랑을 받아 왔건만 이젠 한 집에 휴대전화는 몇 대씩 있어도 집 전화 없이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할 뿐더러 집안 거실에 있어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신세가 되어버린 집 전화기.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는 1876년, 세계 최초로 음성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물론 1901년, 영국에서 대서양 저편에 위치한 캐나다로 무선전신을 날리며 20세기 통신기술에 획기적인 신호탄을 터트린 이태리의 발명가, 굴리엘모 마르코니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1980년 동양정밀 제작 장식용 자동전화기 1980년 동양정밀 제작 장식용 자동전화기

황제님 목소리 납시오! 어명을 받으시오!

우리나라에 전화기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는것은 청나라에 유학을 갔다 오는 조선 청년이짐 꾸러미에 담아오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그러다 고종황제의 명을 조정과 신하들에게 알리는데 사용하고자 1898년 1월 28일, 덕수궁에 자석식전화 교환기가 설치되면서 우리나라의 통신역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당시 형태는 없고 목소리로만 전해지는 고종황제의 전화를 받는 사람들은 마치 고종황제가 면전에 있는 것 마냥 전화기를 향해 격식을 차리고 절을 올린 뒤무릎을 공손히 꿇고 앉아 비로소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후, 1902년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는 공중용 시외전화가 개통되어 한성전화소가 전화업무를 시작됨에 따라, 일반인들도 전화를 사용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02년 전화 가입자 수 4명에서 출발하여 120년이 흐름 지금 우리나라의 전화 가입자 수는 이동전화 가입자 수만 약 5,271만 명. 격세지감이 절로 느껴지는 엄청난 숫자라 하겠다. 그리고 새로운 성능을 갖춘 휴대전화의 지속적인 등장에 맞춰 이 숫자 역시 계속 증가해 나갈 터인데, 전화기의 진화와 사용인구의 증가가 앞으로 어느 정도로까지 확장, 발전해 나갈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전화기ㅣ광복이후ㅣ서울시립대 소장 전화기ㅣ광복이후ㅣ서울시립대 소장

글: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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